사실 저는 추리소설을 좀처럼 읽지 않는 편입니다. 가장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이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2권이었습니다. 그 전에 읽은 것은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수첩 1권이었죠. 그런데 어쩌다 보니 - 정말 말 그대로 어쩌다 보니 이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 마법사는 완전범죄를 꿈꾸는가를 말이죠.




    이미지 출처 : 알라딘 페이지.


    저는 비록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만 이 책의 저자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몇 개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쓴 추리소설가로,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라는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듯한 사람들을 엮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인간미 넘치는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이 책은 네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하나의 패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패턴을 살펴보자면,

    • 이야기 처음에 범인이 범행(살인)을 저지르는 것을 보여줍니다. 즉, 독자는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 사건현장에 경찰인 소스케와 쓰바키가 출동해 사건을 조사하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 조사를 계속하다 소스케가 마리라는 마녀와 얽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쯤 쓰바키가 범인 혹은 사건 관계자를 향한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 마리가 마법으로 범인을 밝혀내지만, 증거도 없이 마법으로 밝혀낸 것이라 해프닝 정도로 지나갑니다.
    • 소스케가 마리와 이야기하다가 범인을 밝힐 증거를 포착합니다.
    • 그리고 소스케가 범인과 쓰바키를 두고 흔히 말하는 추리쇼를 엽니다.
    • 소스케의 추리에 범인이 범행을 시인하고 곧 소스케와 쓰바키가 범인을 체포하려고 하지만, 범인이 둘에게 한 방 먹이고 도주를 시도합니다.
    • 도주하는 범인을 마리가 마법으로 제압합니다. 그리고 이야기 종료.

    마녀, 그리고 마법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트릭, 그리고 범인을 밝히는 증거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입니다. 마법은 약간의 조미료인 셈이죠. 이 책의 최대묘미는 소스케가 어떤 증거를 발견해서 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독자가 이를 추리해내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죠. 작가와 독자의 대결이라는 추리소설의 기본에 충실하다는 작가의 평대로 공정한 대결을 위해 추리가 가능할 만큼의 단서를 이곳저곳 배치해두고 있어서 이것들을 하나하나 찾아낸 다음, 이를 토대로 추리해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책의 재미라면 또 하나, 등장인물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인 소스케, 마리, 쓰바키 모두 어딘지 모르게 미묘한 인상을 주는 인물들이죠. 언뜻 봐선 이지적이고 냉철해보이는, 또한 상당한 미모의 커리어 우먼이지만 사실은 혼기를 놓쳤다는 결혼에 대한 컴플렉스로 괜찮은 남자가 눈에 들어오기만 하면 금방 사랑에 빠져버리는 쓰바키, 이런 쓰바키를 상사로 두고서 틈만 나면 쓰바키의 늘씬한 다리를 훔쳐보며 저 다리에 밟히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헤롱대는 소스케, 작 중 거의 만능에 가까워 보이는 마법을 사용하면서도 생계수단은 가정부 일 혹은 아르바이트인 마리. 이런 미묘한 인물들이 얽히면서 웃음을 만들어 내어 책에 실린 네 개의 이야기 모두 살인사건을 다룸에도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고 무겁지 않게 흘러갑니다. 이런 인간미 흐르는 인물들 또한 큰 매력이죠.

    상기한 이런 매력들로 인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접할 기회가 된다면 그냥 넘기지 마시고 한 번쯤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Posted by 독수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