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문제 하나 없는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예술 직종만큼 이런 저런 크고 작은 문제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직업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예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 실제 자신의 작품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창작활동 외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자원(시간, 돈, 체력, 기타 등등)은 한정되어 있고, 예술 활동과 그 외 생활 사이에서 휘둘리며 고통받게 되죠. 자신의 작품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작품 판매에 차질이 생기거나, 기타 여러가지 문제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이에 시달리다 예술 활동을 포기해 버리기도 합니다.

    동아일보에서 칼럼을 연재하던 세이노는 자신이 좋아하지만 남들보다 월등히 잘 해나갈 수 없을 거란 판단이 생긴다면 차라리 취미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잘할 수 있을 만한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이 낫다는 요지의 칼럼을 쓰기도 했습니다. 포기도 하나의 방법이죠. 하지만 간단히 포기할 수 없는 게 예술가란 명함입니다. 결국 자신에겐 이 일 뿐이라며, 어떻게든 하고 싶어서, 그래도 다시 한 번이란 이유로 팔아버렸던 악기를 다시 구입하고 꺾어버렸던 붓과 펜을 다시 손에 쥐게 되죠. 하지만 그래봐야 다시 여러 가지 문제 앞에 선 것에 불과합니다.



    이미지 출처 : 알라딘 페이지.


    20년 넘게 이런 예술가들을 상대로 상담과 코치 일을 해 온 에릭 메이젤은 자신이 지금까지 봐 온 여러 문제들과 그런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해 온 이런 저런 조언들을 공유할 방법이 없을까 생각했습니다. 곧 그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아 그들의 사정을 듣고 이에 대한 조언을 한 것을 하나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그 책이 바로 이 '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예술계에 종사하는 분이 읽는다면 자신이 가진 고민을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외로움을 덜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고민을 실었으니 이 중 당신이 갖고 있는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찾아 한 번 읽어보세요, 라는 것이 이 책의 일차적 의도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내가 고객에게 하는 이야기는 딱 두 가지다. "당신이 제시한 그림에 비춰볼 때, 당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당신이 제시한 그림에 비춰볼 때, 시도해볼 가치가 있는 일은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말을 하는 데에는 그리 많은 단어가 필요하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고민을 담고 있고, 그 고민이 차지하는 분량에 비해 이에 대한 조언은 짤막한 편입니다. 서문에서 작가는 고민을 서술하는 분량이 약 9할 정도라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조언을 하는데 있어 그 대답이 긴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 다양한 종류의 고민에 대한 대답은 위 인용문의 저 둘, 정말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에 좀 더 추가하자면 꾸준히 시간을 내어 노력할 것, 쳐낼 수 있는 일은 쳐낼 것 정도가 있습니다. 이 모든 고민을 관통하는 해답이라 할 수 있겠죠. 이 대답이 이 책의 실제 의도일 것입니다.

    문제는 이 대답이 정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책 뒷표지에 쓰인 추천사와 서평대로 이 짤막한 조언이 극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작은 기적을 만드는지, 그것이 유지되는지 솔직히 이 책을 통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서문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 - 다양한 문제와 이에 대한 조언을 모으기 위한 고민 상담과 코칭 - 신청자 중 상당수가 중도에 포기해 버려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참여 인원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남은 신청자 또한 이후 과연 고민을 극복하고 잘 헤쳐나갔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다시 같은 고민으로 돌아가 번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솔직히, 이 책은 저 대답보다 다양한 사례를 담고 있다는 것에 그 의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예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작품 활동 때문에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 말이죠. 그리고 이에 대한 상담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실망스럽고, 이게 실제 도움이 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이 책을 읽은 다른 분들 중엔 어쩌면 뒷표지의 추천사와 서평처럼 깊게 감명받은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제게는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읽어보시고자 한다면 딱히 말리진 않겠습니다만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






    Posted by 독수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