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서커스 - 퀴담 보고 온 이야기.
2019년 이전 기록.
2015. 9. 27. 21:18
추석인 오늘, 다들 잘 지내셨는지요. 저는 오늘 그 누구도 만나는 일 없이 홀로 현재 내한공연중인 태양의 서커스 - 퀴담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퀴담을 보고 온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태양의 서커스는 이번 퀴담 공연이 다섯 번째 내한공연입니다. 2007년에 퀴담으로 처음 한국을 방문했고, 이듬해인 2008년에 알레그리아로, 2011년에 바레카이, 2014년에 마이클 잭슨 이모탈 월드 투어, 그리고 이번 2015년 퀴담으로 다시 내한공연을 하고 있죠. 이번 퀴담 내한공연은 퀴담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면서 마지막 월드 투어이기도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뜻깊은 것이, 제가 보는 두 번째 퀴담 공연이라는 겁니다. 네, 2007년 내한공연 때도 관람을 했죠.
당시 저는 백수였던 지라 있는 돈 전부 모아 가장 싼 좌석을 예매할 수 있었는데, 일을 하게 된 현재 (몇 달 좀 졸라매기만 한다면) 시간에 맞춰 남은 좌석 아무 곳이나 골라 잡을 수 있게 되었네요. 큰 맘 먹고 타피 루즈(VIP)석으로 예매해 봤습니다. 사실 두 번째 관람보다 이게 더 뜻깊은 것 같기도 합니다. 타피 루즈의 경우 공연 끝나고 퇴장시 기념품을 수령할 수 있는데요, 사진에 나와있는 비주얼 북과 양장노트입니다. ...비주얼북이 두 권인 이유는 기념품으로 주는지 모르고 공연 시작 전에 구입해서 그렇습니다. 이래서 사람은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녀야 합니다.
제가 본 것은 15시 공연이었는데, 오늘 이 시간에 잠실에서 야구 경기가 있어서 - 그것도 엘지와 두산 경기였습니다 - 종합운동장역에서 나오니 많은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길래 잠시 멍때렸습니다. 안내판을 겨우 찾아 화살표를 따라 걸었죠. 가는 길에 재미있었던 것은 주차요원분들이 경광봉을 빅탑(공연장)쪽으로 흔들면서 강냉이 파는 느낌으로 "서커스, 서커스." 하고 외치던 것이었습니다.
공연은 훌륭했습니다. 퀴담은 무미건조한 일상, 어느 날 낯선 이가 떨어뜨리고 간 모자로부터 환상이 시작된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음악, 연기, 곡예가 한데 어우러져 정말 환상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007년보다 가까이 무대를 볼 수 있었다는 것도 큰 기쁨이었고요. 관객 호응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쉴 새 없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나왔죠. 음, 본 공연 시작 전 무대 위에서 라디오로 전파를 잡는 듯한 퍼포먼스를 할 때 지나가듯 알레그리아가 잠깐 나오는데 이 때 아무도 호응을 해주지 않았던 것만 빼면 말이죠. 이후 퀴담 공연을 보러 가시는 분들은 알레그리아가 나올 때 공연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호응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박수와 환호성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레퍼토리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작 전에 반드시 들으실 수 있습니다. 호응해주면 좋아할 겁니다.
이 외 공연에 대해 더 할 말은 딱히 생각나지 않네요. 굳이 덧붙이자면 일단 보면 후회하지 않는다, 라는 것 정도일까요. 퀴담 뿐만 아니라 태양의 서커스, 더 나아가 서커스에는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라는 공통의 매력이 있죠. 방향을 좀 바꿔서 이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2008년 알레그리아 내한공연 때 본 것입니다. 제 바로 앞에 노년의 관객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자식 혹은 손자가 하도 보고 오시라고 표를 주길래 와봤으니까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보자, 라고 말씀하시는 듯 의자에 몸을 푹 파묻은 채 팔짱을 끼고 계셨습니다. 네, 뒤에서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오라를 내뿜고 계셨습니다. 자식 혹은 손자가 표를 줬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당신께서 예매해 오셨다면 그 센 표값 때문에라도 본전을 찾기 위해 처음부터 즐길 준비를 하셨겠죠.
그리고 그 어르신은 단체 디아볼로 퍼포먼스가 끝난 직후 그 누구보다 열렬하게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내셨습니다. 누구라도 무대를 보고 있으면 호응하고 싶게 만드는 것. 이건 알레그리아 공연 때의 경험입니다만, 퀴담 또한 마찬가지. 퀴담 공연에도 이런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퀴담 내한공연은 마지막 월드 투어 공연입니다. 기회는 지금, 꼭 한 번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참, 어린아이와 함께 공연을 보러 가실 분들께 한 마디. 좌석이 계단식으로 배치되어 있어 뒷자리가 앞자리보다 높긴 합니다만 어린아이의 경우 앉은키가 작아 앞좌석의 관객에 가려 공연을 보는데 곤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공연장에 입장하셔서 안내 스탭분들께 어린이용 쿠선, 혹은 방석, 혹은 보조의자를 달라고 이야기해 보세요. 높이가 꽤 있는 빨간색 방석을 줄 겁니다. 의자 위에 놓고 앉히면 됩니다.
그럼 이것으로, 퀴담 공연을 보고 온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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