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00명 사귈 수 있을까?



    집 지하실에 여중생을 감금해놓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 일본의 만화가 Hiro가 작업한 작품 중 두 작품이 작년에 정발되었다. 하나는 일러스트를 담당한 라노베 슈퍼 커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만화 아케비의 세일러복이다. 두 작품 모두 현재 2권까지 정발되었고, 오늘은 아케비의 세일러복 1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 아케비 코미치가 중학교에 진학하여 친구 100명을 사귀고자 하는 이야기이다. 친구 100명, 이라는 정확한 언급은 작품 내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1권은 코미치가 세일러복을 동경하여 교복이 세일러복인 사립 로우바이 학원으로 진학, 엄마가 만들어 준 세일러복을 입고 입학식에 참석해서야 교복이 세일러복에서 블레이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세일러복을 입기로 결심하고 첫 등교 및 첫 하교를 하기까지이다. 입학식, 첫 교복, 첫 등교, 첫 하교 등 온갖 처음이 가득한 권이다.



    주인공 아케비 코미치의 배경을 눈여겨봐야 하는데, 코미치는 자신의 학년에 학생이 자기 하나 뿐인 초등학교 - 편의상 초등학교라 칭한다 - 에서 학생이 많은 중학교 - 그래봐야 한 반에 학생이 열여섯인 학교이지만 - 로 진학한 학생이다. 그래서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것을 소망하고 학교에서 그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 또래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나 자기 소개를 하는 일, 급식 담당이나 함께 점심을 먹고 인사를 나누는 일에 설레고 기뻐한다.

    개인적으로 코미치의 배경과 행동에 공감했는데, 나 스스로는 대도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데다가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꺼리기에 코미치와 이렇다할 접점은 없지만, 현재 지방 소도시에서 지내면서 듣게 되는 이런저런 이야기 때문이었다. 특히 위장전입 이야기.

    전교생이 몇 명 안되는 초등학교로 아이를 보내는 부모가 나중에 자신의 아이가 또 전교생이 몇 명 안 되는 근처의 중학교로 진학했다가 시 내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 고등학교는 시 내에만 있으니까, 고등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것에 힘들어 할 것을 우려해서 아예 아이가 초등학교 중, 고학년일 때 시 내로 위장전입하여 시 내 초등학교로 전학을 보내거나 시 내 큰 중학교로 진학할 수 있게 만든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1권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4화와 5화, 점심시간 뒤에는 전, 후편이라고 생각한다. 점심시간에 혼자 구름다리로 노는 초등학생 코미치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어울리는 중학생 코미치가 대비를 이루며, 특히 마지막 다른 아이들이 코미치를 부르고 코미치가 그 아이들을 향해 달려갈 때 초등학생 코미치가 살짝 오버랩되는 장면은 코미치의 앞으로의 학교생활은 과거와 다를 것이라 말해주기 때문이다.



    다만, 입학식에 참석해서야 학교 교복이 세일러복에서 블레이저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은 무리수라고 생각한다.

    코미치의 집과 로우바이 학원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나오지 않고, 또 주변에 로우바이 학원의 학생이 없다고 하지만 어쨌든 물리적 거리는 코미치가 도보로 등하교 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이다. 그리고 특정 학교로 진학하기를 결심했다면 이것저것 알아보기 마련이다. 여기에 입학 시험에 면접까지, 입학식 전에 로우바이 학원에 두 번은 다녀왔을 것이다. 그런데 졸업한 지 한참 지난 엄마의 중학시절 교복 차림 사진만 보고 진학을 결심해서 다른 것 하나 알아보지 않고 로우바이 학원 입학 시험 기출 문제로 된 문제집만 구해서 진학을 준비한다? 억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의 배경, 설정과 스토리에 대해 죽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만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그림이다. 본인의 집 지하실에 여중생을 감금해놓고 있다는 루머가 나올 정도로 주인공 코미치와 친구들 - 1권에서는 키자키 에리카와 코죠 토모노 - 의 행동에 대한 묘사를 페티시에 가까운 집념으로 그려내고 있다. 극단적으로 프롤로그의 텀블링하는 코미치를 그리는 데 들어간 페이지 수는 총 열여섯 페이지이다. 그런데 코미치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 아이돌 미키를 동경하고 텀블링을 잘 하는 시골 아이 - 이 열여섯 페이지가 전부 필요한가, 하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은 아즈마 키요히코의 요츠바랑!과 비교할 수 있다.

    요츠바랑!에서 작가는 다른 만화라면 생략하고 넘어갔을 주인공 요츠바의 행동을 웬만하면 전부 그려내고 있다. 이는 다섯 살 아이의 일상을 전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아케비의 세일러복은? 정 반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여중생의 모습을 집착에 가깝게 그려내고 싶어서 주제를 여중생의 일상으로 정한 것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확실히 대비되는 것이 2화의 첫 등교 장면이다. 첫 등교의 긴장을 풀기 위해 머리를 묶고 학교를 향해 달린다. 머리를 묶는 장면에서부터 교정에 들어서기까지 사용된 페이지 수는 총 열 페이지인데, 머리를 묶고 확인하는 것만 다섯 페이지이다. 그럼 앞서 말했든 이 페이지 전부 필요한가? 달려서 등교를 하는 뒤의 다섯 페이지는 필요하다. 코미치가 어떤 길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등교하는 지에 대한 묘사니까. 이 부분은 요츠바랑!에서 요츠바를 묘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앞의 머리를 묶는 장면의 다섯 페이지는? 2화 후반에 키자키 에리카와 대화를 나눈 후 묶었던 머리를 푸는 장면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중요성이 있는 장면이긴 하지만 다섯 페이지는 과하다. 맨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 두 페이지면 차고 넘친다. 하지만 작가는 굳이 세 페이지를 더 추가해서 이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건 집착이다.

    그리고 작가의 이 집착은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 진행과는 상관없는 이 요소가 이 작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을 보는 대부분의 독자 또한 작가와 동류라는 것이다. 건전 사회를 이루기 위해 이 작품의 작가와 독자 모두 쇠고랑과 전자발찌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난 빼고.



    아케비의 세일러복 1권에 관한 이야기는 이쯤 해둘까 한다. 하고 싶은 말은 다 썼기도 하고. 현재 2권까지 정발된 상태지만 2권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후에 하고자 한다. 그 이전에 슈퍼 커브 1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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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독수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