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33세의 생일.



    오늘 씻는데 혀로 입술에 물집같은 게 잡혀있는 것이 느껴졌다. 뭔가 싶어 거울을 보니, 시뻘겋게 피멍같은 것이 생겨 있었다. 순간 이로 씹어 터뜨릴까 했는데, 그 이후 수습이 과연 될지 불안이 앞서 냅두기로 했다.


    오늘은 서른세 번째 생일이었다. 누군가 숫자의 받침에 시옷이 들어가면 중반인 거라 했다. 서른셋. 그것도 만 서른셋이니 완벽한 삼십대 중반이다. 그동안 내가 뭘 이뤘나 생각해보니, 그냥 아무 것도 없는 병신이었다. 이룬 것은 체중계 기록 뿐이었다. 글로 적으니까 조금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 그냥 종일 쳐잘 걸 그랬나.


    십 년 전, 스물세 번째 생일 때는 어땠으려나. 생각해보니 철원에서 작대기 두 개 달고 제설을 하고 있었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그 때보단 나은 건가. 십 년 동안 난 뭘 하고 어떤 일을 겪었나.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저칼륨 증상과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병원 응급실을 몇 번 들락거렸고, 급성 충수염 수술로 난생 처음 입원을 했었다. 보험금도 처음으로 타봤지. 친구 하나와 절교를 하고, 네네씨와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하고, 아이돌 마스터에 빠져 히비키쨔응 헠헠 하며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뭐, 아주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리쌍의 곡 중 청춘30이라는 곡이 있다. 이십 대 초반에 들었던 노래인데 요즘 들어 날 위로해주는 곡. 그래, 아직 젊으니까 좀 더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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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독수P